독서/이방인 - 알베르 카뮈

[이방인] 독후감

mutjang2 2026. 7. 29. 17:00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유명하고 아주 강렬한 첫문장이다. 처음부터 주인공인 뫼르소의 성격을 옅볼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진다. 가장 가깝고도 사랑하는 존재인 어머니의 죽음을 담담하게, 그리고 언제 돌아가셨는지 조차 애매모호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어서, 뫼르소는 어머니의 시신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밀크커피를 마시는가 하면, 어머니의 장례 다음날 여자친구 마리와 함께 해변에서 데이트를 즐기기까지 한다. 그의 행동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가 감정이 결여된 비범한 인물로 인식하게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점들은 후에 그가 회부될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소설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뉜다. 1부에서 알제리의 소박한 선원인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주변인들과 일상을 살아가다가 친구 레몽의 일에 말려들어 해변에서 아랍인을 권총으로 쏴 죽이게된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햇빛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에.

2부는 뫼르소의 재판 과정을 담는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읽기에는 작품에서 묘사된 재판과정에서 다루는 법률 논리와 판단 등의 괴리가 느껴졌지만, 감정과 인과관계, 그리고 종교 등의 가치가 더 무거운 시대인 것으로 이해됐다. 앞서 나열한 뫼르소의 행동들에 대한 주변인들의 증언을 듣고 재판관과 배심원들은 뫼르소를 사회로부터 영구적인 격리가 필요한 악마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보다도 그들이 생각하기에 '응당 인간이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라는 기대규격에서 벗어난 그의 행동들에 보다 더 초점을 맞췄다는 것에 있다. 결국 뫼르소는 사람을 죽인 것보다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이유로 사형이 선고된다.

 

뫼르소는 감정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음에도 담배가 태우고 싶으면 태웠고,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마셨으며, 욕정을 느끼면 참지 않았다. 그것은 뫼르소가 무질서하고 부도덕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그는 그야말로 감정이 풍부하고 솔직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떠한 상황에서는 반드시 슬퍼해야 하고, 죄를 지었다면 회개해야 하며, 법정에서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반성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가 정해놓은 틀이자 규칙처럼 이어져 내려오는 관습인 셈이다. 그러나 뫼르소는 거짓말을 거부한다. 비단 없는 사실을 지어내는 것만을 의미하는게 아닌 자신이 느끼는 것 이상을 표현하거나 체면 때문에 감정을 연기하는 것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수많은 관습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간다. SNS에서는 행복하지 않아도 적당히 행복한 척을 해야 하고, 직장이나 사회에서는 진실되지 않은 웃음과 연민을 내비쳐야 할 때가 많다. 사회가 기대하는 가식과 연극에 적응하지 못하면 스스로 '외딴섬'처럼 느껴지며 이방인이 된 듯한 고독감을 겪는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 의문을 가졌던 부분이 있다. 뫼르소가 방아쇠를 당는 과정을 독자로서 읽고 있으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책에서는 뫼르소가 햇빛 때문에 느끼는 열기와 더위, 그로인해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심리 상태를 자세히 묘사하는데, 아이러니하게 그 자세함 때문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그의 심리에는 증오나 분노와 같은 일반적인 살해 동기가 포함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책을 다 읽고 불현듯 '아, 나도 사회가 기대하는 이유를 찾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뫼르소의 살인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자 했던 그의 순수한 진실성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연극에 맞춰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남들이 원하는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