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과 자유시장
책은 허리케인 이야기로 말문을 연다. 미국 플로리다 주에 허리케인으로 인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수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러한 재난 상황을 틈타 생필품, 집 수리비용, 숙박비용 등에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이 등장했고, 플로리다는 주 정부 차원에서 이를 제제하였다. 이렇게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가지 관점의 의견들이 나왔다.
폭리 처벌의 반대 의견
- 가격이 비싸지면 수요자들의 소비 욕구가 억제 될 것이고, 타 지역에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려는 욕구가 늘어 원하는 사람에게는 부지런히 공급이 될 것이고, 결국에는 가격 평형이 이루어 질 것이다.
- 협박이나 강매가 아닌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이루어진 합의이다. 정부가 자유 시장 경제에 개입하여 가격을 책정하기 보다는 자유 시장의 논리대로 교환하는 사람들끼리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게 만들어야 한다.
폭리 처벌의 찬성 의견
- 수요와 공급이 충족되어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 때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의 고통은, 앞서 말한 사람들의 행복과 상쇄되거나 혹은 그를 웃도는 고통이기 마련이기에 사회 전체 행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재해 피해자들은 구매를 할 수 밖에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자유 의지에 해당되지 않는다.
-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이러한 행위는 부당하다.
폭리 처벌의 찬성 의견에서 앞으로 이 책의 마지막까지 끌고 갈, 정의에 대해 바라볼 세 가지 관점이 나왔다.
행복, 자유, 미덕.
- 행복
오늘날의 행복의 초점은 경제적 풍요로움에 둔다고 한다. 개인으로보나 사회로보나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곧 우리를 잘 살게 한다고 생각하고, 그 풍요로움이 우리의 행복에 핵심적으로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는 공리주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공리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 자유
개인의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가 자유롭다고 믿는 이론이다. 자유와 정의를 연관짓는 사고의 출발은 같지만, 관점에 따라서 같은 자유주의 진영 안에서도 대립이 생기곤 한다. 허리케인 이야기에서 정부가 자유 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개입하여 거래자들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된다는 입장 vs 환경이나 기회가 공정하지 않는 거래는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 예시이다.
- 미덕
정의는 미덕과 좋은 삶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견이다. 종교에서의 우파와 동일시된다. 도덕을 법으로 규정짓는다는 발상은 위험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견해를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정의로운 사회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한다.
행복과 자유에 관한 관점은 뒤에서 더 이야기를 하고 우선 미덕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게 다룬다.
샌델은 이와 같은 사건에서 미덕에 기대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왜냐하면 미덕을 논하는 것은 논리적인 주장보다는 심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심판에 대한 기준선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이를 기준으로 법을 집행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덕에 반대되는 즉, 악덕에 분노하지만, 미덕을 기준으로 법을 규정할 때는 우려가 따르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덕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볼 수 있는 사례들을 살펴보자.
상이군인훈장
요약을 하자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혜택과 명예를 누릴 수 있는 상이군인훈장을 받을 자격의 범위에 대한 논쟁이다. 신체적인 손상을 받은 군인만이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혹은 PTSD 등 군 복무로 인해 생긴 정신 질환도 훈장을 받을 자격 요건이 충족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미 국방부는 신체 손상을 입은 군인에 한하여 훈장을 지급하도록 결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적이 의도적으로 유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군사행동의 근간은 정신 질환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다. 신체에 데미지를 주는 살상 행위이다.)과 정신 질환은 객관적인 진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발이 있었다. 훈장 수여자의 가장 흔한 손상은 폭발물에 의한 고막 손상이었다. 하지만 폭발물을 터트리는 이유는 고막을 손상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좀 더 본질적인 핵심이 화두로 떠올랐다. 상이군인훈장이 칭송하는 미덕이 무엇일까?
칭송해야할 미덕을 정의(define)해야 자격을 비로소 알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구제 금융을 둘러싼 분노
2000년대 후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국제 금융위기가 도래했다. 투자회사들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투기로 인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위험으로 빠뜨린 셈이다. 리먼 브라더스와 같은 초거대 공룡회사가 무너져내리기도 했지만, 미국정부는 세금을 이용하여 구제 금융 정책을 시행했다. "무너지라고 두기에는 너무 비대했다."
그리고 납세자들의 세금을 받아 구제 금융을 받은 일부 기업이 임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지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호황기에는 콧대 높게 굴던 월 스트리트가 무모한 투자를 벌이다 이러한 사태의 원흉을 만들고선, 납세자의 세금으로 구제 금융을 받은 것도 모자라서 임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의 상여금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시민들을 분노케 만드는 데에는 충분했다. 정부는 이에 개입을 시도했고 그들은 거절하였다. 그들의 입장은 이러했다. "재무장관의(정부의) 지속적이고 임의적인 개입에 따라 보수가 왔다갔다한다면, 우리는 우수하고 똑똑한 인재를 끌어올 수 없다."
사람들이 분노한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상여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믿음이다. 자격이 왜 없을까? 샌델은 두가지 이유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탐욕, 또 하나는 실패이다. 사태를 만든 것도 이익에 눈이 멀어 탐욕을 부리다 발생하였고, 와중에 포상금을 챙기는 행위 역시도 탐욕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투자 이익을 내려고 탐욕을 부릴때 이 처럼 분노 했었는가? 월 스트리트가 호황을 누릴때 받았던 임원들의 포상금에도 이 처럼 분노 했었는가? 사람들은 투자에 실패한 후에 탐욕에 원인을 찾아 분노하고, 실패에 포상을 해 분노한다. 거기에 그 포상이 납세자의 세금으로 한 포상이다. 즉 자격이 없는 자가 영광을 누릴때 우리는 부당함을 느끼고, 이를 정의롭지 못한다 여긴다는 이야기를 한다.
폭주하는 트롤리
그 유명한 트롤리 사고실험이다. 당신은 기관사이고 조종하는 기관차가 폭주하고 있다 핸들이 고장난 eight톤 트럭. 눈 앞에 양 갈래의 선로를 맞이한다. 직진 선로에는 다섯의 인부가 작업 중이고, 다른 선로에는 한명의 인부가 작업중이다. 핸들을 틀어서 한명만을 희생하게 할 것인가? 혹은 아무 관여없이 직진을 하여 다섯의 인부를 치고 지나갈 것인가? 이 질문을 주변 지인에게 던졌을때의 대답은 행동을 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기 싫어서 핸들을 그대로 둔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한명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대답했다. 실제 실험 결과도 70 퍼센트의 이상의 응답자가 한명을 희생하게 한다는 대답이었다고 한다.(정확한 수치는 아닐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조금 다른 예시이다. 이번에도 폭주하는 트롤리가 달령오고 있지만 지나가는 선로는 하나이다. 선로에는 다섯의 인부가 작업을 하고 있고 피실험자는 선로가 관통하는 다리 위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가정이다. 피실험자의 옆에는 덩치가 산만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을 밀면 선로 바퀴에 끼어서 열차가 멈출 것이라는 설정이다.(본인은 체구가 작아서 몸을 던져도 열차가 멈추지 않는다) 첫번째 실험에서 핸들을 틀 것이다 라고 답한 피실험자들 중, 두번째 질문에서 옆에 있는 사람을 밀 것이라는 대답을 한 피실험자는 20퍼센트에 불과한다고 한다. 같은 결과를 도출되라도, 행위에 따라 도덕적 책임감을 느끼는 경중이 다르다는 결론이다.
샌델은 1번 실험과 2번 실험에서 다른 결과를 도출해낸 사람들을 향해 다소 짓궃게 공세했다.
#밀어죽이는 것은 잔인한 행동이다. 밀어죽이는게 잔인하다면 그냥 치여죽는 것은 덜 잔인한가? 잔인하기는 둘다 마찬가지이다. #동의 없이 희생시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선로에 있는 노동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직업적인 암묵적 동의가 있어다 한들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노동계약서에 희생조항 같은건 없다. |
샌델은 각 행위에서 도덕적 차이를 두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이를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둘 다 죄 없는 사람을 희생해 더 큰 인명 손실을 막겠다는 선택이 개입한다. 남자를 다리 아래로 밀기 꺼리는 당신의 태도는 소심증이며, 극복해야할 자세일지도 모른다. 사람을 밀어 열차를 멈추게 하는 일은 핸들을 트는 일보다 언뜻보면 더 잔인하다. 하지만 옳은 일을 하기가 늘 쉽지는 않은 법이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도덕적 딜레마가 발생하더라도 무엇이 더 중요하고 적절한가를 올바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선택이 더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방법론도 결과론도 아니다. 이 사례와 같은 경우, 첫번째 선택에서 한명을 희생키로 했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두번째 선택에서도 그렇게 판단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밀어죽이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핸들을 트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 정의를 고민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편리한 도구를 고르는 고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추론하고 고민해야하는 이유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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