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문명 사회에서는 소수집단을 위한 정책 혹은 복지 등의 사회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해져서 역차별이 발생하거나, 성역화가 되어 특정 소수집단에 반하는 언행을 하면 매장 당하는 사회가 되었다. 소수집단우대정책은 왜 필요할까? 그것이 필요한 기준과 근거는 무엇일까?
대학 입시에는 특수한 전형들이 있다. 이 전형들을 통해 입시를 할 경우, 대다수 입시생들의 대학 입학 방법인 정시와 수시에 비하여 많은 이점 혹은 혜택을 누린다.
서울 변두리에 살고있는 고등학교 3학년 김 군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의 어머니는 식당일을 하며 힘겹게 김 군을 키웠다. 김 군은 가정형편 상 사교육을 받을 여력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 군은 열심히 공부하여 로스쿨에 겨우 합격할 정도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그해 따라 로스쿨 지원자가 몰리면서 김 군과 성적이 비슷한 농어촌 전형과 재외국민 특별전형에게 로스쿨 입학 TO를 모두 빼았기고 말았다.
실제로 로스쿨 입학에 관련해서 특별전형 입학이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소수집단우대 정책을 시행하다보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식의 시나리오이다.
소수집단우대 정책은 왜 필요한가
소수집단우대 정책은 왜 필요할까? 소수집단우대 정책 지지자들은 몇 가지의 이유를 들어 주장한다.
첫번째, 대표적으로 기회 불균형이다. 불우한 환경 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앞서 존 롤스의 철학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개인이 소속된 환경이나 집단이 놓인 처지에 따른 기회 불균등은 불공평한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공평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대 정책을 장려할 수 있겠다. 그리고 성취 가능성의 기준으로 보아도, 재능이 뛰어나지만 부족한 기회 탓에 날개를 못펴고 있던 사람들을 발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수려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논쟁은 두번째 의견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다양성을 내세운 주장이다. 소수집단의 사회 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사회에는 다양성이 생기고,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겪지 못한 경험적인 부분이나 사상과 문화를 교류하여 공동선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다양성에 대한 의견에 반대하여 반박을 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역시 의견이 나뉜다. 하나는 다양성이 현실 사회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다. 이는 물리적인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니 일단 뒤로한다. 나머지 하나는 원칙적 반박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김 군은 농어촌, 재외국민, 여대 입시생들에게 경쟁에서 딱히 배려를 해줘야 할 필요가 없는 환경의 사람이다. 하지만 김 군은 제도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 김 군과 같은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따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운칠기삼? 아니 이 모든건 전부 운이다
법치 철학자 로널드 드워킨은 이에 대해 다시 반박한다. 위와 같은 사례에서 김 군의 권리는 침해받지 않았다. 애초에 대학 입시는 성적위주의 기준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사명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입학의 기준이다. 일반적으로 성적이 좋은 학생이 뽑히는 이유는 그가 성적이 좋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대학의 사명에 부합하는 인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다양성을 대학의 사명 중에 하나로 내세운다면, 그것을 기준삼은 행위를 두고 문제 삼을 수 없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불합격한 김 군도, 대학 합격자들도 입학을 허가에 있어서 도덕적 자격을 갖춘게 아니다. 대학이 정한 목적과 그 기준에 따라 단지 뽑히고, 뽑히지 않았을 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그저 운이 작용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앞에서 살펴봤던 존 롤스의 정의론과 결을 같이한다.
우리는 재능이든지 노력이든지 사람들이 가진 능력은 전부 우연을 통해 가지게 된 것이라는 이론을 살펴보았다. 이론이 맞다면, 거시적인 시점에서 입학해야할 자격을 침해당한게 아니다. 여기까지 살펴봤다면 소수집단우대 정책 지지자들의 첫번째 주장과 두번째 주장들 사이에서 도덕적 임의성과 관련된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
과연 운일까?
그러나 우리는 좋은 대학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축하를 건내고, 그들의 능력에 추켜세워주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데 말이다. 이런 모습들은 미덕과 자격에 영광을 포상하는 것이 대학의 사명에 포함된다는 생각이 널리 내포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비단 대학 뿐만이 아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를 두고 "당신은 루게릭병 투병 와중에도 뛰어난 두뇌와 끈기를 가지고 연구를 할 수 있는 DNA를 물려 받았네요. 운이 좋습니다. 루게릭병을 얻은 것 만큼은 운이 안좋았네요." 말투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이딴 식의 찬사를 날릴 사람은 없다. 이러한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다음장에서 다룰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하는 정의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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